[구럼비 발파 5주년 행사] 17. 03. 07

센터알리미 0 1,749 2017.03.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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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5년 전 오늘 3월 7일 구럼비발파를 기억하며  

 

5년 전 어느 봄날, 구럼비는 한낱 바위덩어리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 의해 산산조각 났습니다. 전쟁 포로가 처형되듯 군사작전 속에서 구럼비는 파괴되었습니다. 그 날, 구럼비에 과거를 남기고 쫓겨난 강정마을 주민들은 너나할 것 없이 구럼비를 지키려고 필사적으로 저항했습니다. 폭탄이 운반되는 길을 막겠다며 자동차와 오토바이까지 동원하였습니다. 그리고 구럼비에서 평화를 희망하며 당시의 현재를 살아가던 많은 연대자들은 자신들의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경찰이 끊을 수 없도록 단단히 서로의 손을 붙잡고 폭탄이 운반되는 것을 막으려 했습니다. 또 폭파직전의 구럼비에 몸을 던지려는 각오를 하며 바다로 향했던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그 날 우리는 구럼비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거대한 공권력 앞에 한 줌 밖에 되지 않던 우리들의 힘은 너무나도 작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났습니다. 그 5년의 시간이 바꾸어 놓은 것은 무엇일까요? 아래에 보이듯 제주해군기지는 들어섰습니다. 그것은 눈에 보이는 마을의 풍경만이 아닌 동아시아의 군사정치적 그림도 바꾸어 놓고 있습니다. 

 

최근 제주해군기지에 미해군의 최신 전략자산인 스텔스 구축함 줌월트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줌월트 배치로 인해 제주해군기지가 미해군의 전략기지 역할로 그 성격이 바뀌는 것에 우리는 심각한 우려를 표합니다. 그리고 제주해군기지에 대양해군 성격의 기동함대 배치도 마찬가지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앞으로 제주도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질서에 편승하여 분쟁에 가담하고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갈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각성해야 할 것입니다. 

 

전쟁행위는 그 어떤 명분이 있다하더라도 최악의 폭력이며, 전쟁을 준비하는 것 역시 폭력의 연장입니다. 우리는 구럼비 발파를 통해 얻은 큰 깨달음이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는 건설이 끝났다 해도 문제가 끝난 것은 아니라는 것. 평화는 전쟁을 준비하여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평화로써 지켜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3월 7일이 찾아왔고 봄도 우리들 곁에 있습니다. 오늘은 구럼비를 저마다 가슴속에 간직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들 중에는 구럼비에 대한 기억을 추억하는 이들이 있지만, 구럼비 바위를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이제는 볼 수가 없는 존재를 마주하듯, 아프지만 우리는 구럼비를 여전히 그리워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들에게 구럼비는 어떤 존재인가요? 오늘은 구럼비를 좀 더 가까이 만나보려고 합니다. 구럼비가 아직도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구럼비가 햇살과 바람이 되어 우리 곁에 머물고 있고, 끊어지지 않는 사랑과 연대의 정신으로 우리를 감싸고 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는 구럼비를 삶으로 기억합니다. 구럼비가 오랜 세월 품고 있던 생명과 평화에 대한 흔적이 점점 지워지는 현실에 맞서 우리는 삶으로 구럼비를 기억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 기억을 잠시 잃어버렸던 이름으로 강정마을 곳곳에 다시 새겨보고자 합니다. 

우리는 구럼비에서 뜨거운 온정이 넘쳐났던 할망물 식당을 기억합니다. 그 기억에 따라 천막미사와 인간띠잇기가 끝나고 삼거리식당으로 식사하러 가는 길을 우리는 ‘할망물로’라고 명명합니다. 매일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과 함께 음악과 춤 그리고 기도와 연설이 끊이지 않았던 드넓고 푸근한 구럼비 바위를 기억하며, 매일 인간띠잇기를 하는 그 넓은 길을 ‘구럼비광장’이라 명명합니다. 

 

다시 되찾은 이름 ‘구럼비광장’과 ‘할망물로’는 여전히 우리를 감싸고 있는 구럼비의 생명과 평화의 숨결을 삶으로 기억하고자 하는 우리의 결단이자 행동입니다. 이곳을 통해 우리는 때로는 우리 자신이 구럼비 바위의 일부가 되기도 하며 계속 꿈을 꿔나갈 것입니다. 원래 있던 그 자리에서 구럼비를 되찾는 일, 바로 그곳에서 구럼비를 다시 만나는 그 날을 기다릴 것입니다. 

 

미국 원주민 낸시 우드의 ‘대지’ 라는 시로 성명서 낭독을 마치려 합니다. 

 

아이들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대지밖에 없단다. 

사람이 사는 게 무엇인지

간절한 소원이 왜 이루어지지 않는지

아직 잘 모르는 너희가

우울한 마음으로 말을 걸 때면

대지는 언제나 다정하게 대답해 주었지.

겨울 다음에 봄이 오고 

죽음 다음에 생명이 온다는 걸

내가 잊어버릴 때마다

대지는 우뚝 일어서

환히 웃으며 일러 주었지.

아이들아, 이 세상에 영원한 건 대지밖에 없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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